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2013년 6월 가온차트 웹사이트에 ‘돌고 도는 음악 산업, 다시 공연인가’라는 칼럼을 올렸다. 인터넷 생중계 기술이 발전할수록 K팝이 더 큰 확장성을 띨 것이라고 예상한 글이었다. 칼럼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조만간 공연 티켓을 예매할 때 R·S·A석이 아닌 O(온라인·Online)석을 예매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7년이 흐른 최근에서야 김 연구위원의 글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공연이 콘서트 시장의 새로운 포맷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달 20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음악 산업을 예상한 글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이런 전망이 실려 있다.
“언컨택트 시대의 새로운 공연을 진행할 중소규모의 베뉴(venue‧장소)는 큰 규모의 스타디움이 아닌 멀티플렉스 극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대규모 콘서트를 보기 위해 찾았던 스타디움은 메가박스 잠실 주경기장점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연 콘텐츠를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는 유통망을 보유하고 지배하는 자가 미래 음악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요즘 가요계 상황을 보면 김 연구위원의 전망은 서서히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일부 연예기획사들이 발 빠르게 ‘랜선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어서다.
네이버와 공동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대표적이다. SM은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라이브 콘서트를 기획해 유료(3만3000원)로 선보이고 있는데, 시작은 지난 4월 26일 선보인 보이그룹 슈퍼엠의 공연이었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온라인에는 109개국에서 7만5000여명이 일제히 접속했다. 지난달 17일과 24일, 31일 각각 열린 NCT 127,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의 공연도 관심을 모았다. 미국 ABC는 슈퍼엠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공연장 앞에 줄을 설 필요도, 좋은 좌석을 구할 수 없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며 “K팝이 코로나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도 최첨단 증강현실(AR) 기술과 실시간 소통 콘텐츠를 통해 라이브 콘서트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콘서트에 비하면 아직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음악 시장은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악을 듣는 스트리밍(실시간 듣기) 중심으로 재편됐다. 음악 산업 관계자들을 공연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K팝은 대규모 투어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만 하더라도 지난해 스타디움 투어로 20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탓에 콘서트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팝스타들의 투어는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BTS도 지난 4월부터 열기로 한 월드 투어 일정을 전면 연기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공연 시장 매출이 75%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K팝 시장에서 온라인 콘텐츠는 ‘구원 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온라인 콘서트가 당장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가 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악평론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도 “K팝의 인기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수와 팬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친밀감인데, 온라인 콘텐츠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K팝은 다른 음악 장르보다 훨씬 더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을 잘 활용해온 장르”라며 “그동안 ‘온라인’이 K팝을 알리는 오프라인 공연이나 팬미팅의 ‘서브’(하위) 창구 역할을 했다면,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오프라인 활동과 비슷한 비중을 띠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