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급망 붕괴…기업 37% “대비책 없다” 21% “대안 마련”

입력 2020-05-31 12:45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향후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 예상됨에도 기업들의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타격으로 이미 기업활동 차질을 경험했지만 대책은 없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비금융업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 157개사의 48.4%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석유 및 석유화학 제조업의 75%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66.7%가 현재의 공급망 체제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 타격으로 실제 기업활동에 차질을 겪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56.7%였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66.7%가, 식료품·의복 등 기타 제조업의 65%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은 절반에 가깝지만 이 중 상당수는 대비책이 없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예상한 기업의 37.4%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대비책을 마련한 기업의 21.2%는 공급망 지역적 다변화를, 20.2%는 협력사 관리 강화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생산 등 내부 공급망 역량 강화를 고려하는 기업도 13.1%였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체인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교적 안전한 국내에서도 부품 공급자를 확보해두려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공급망 재편이 시작될 경우 정부 지원책으로 보호무역 기조 완화를 위한 국가간 통상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26.1%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 생산시설 디지털화·고도화 등 내부 공급망 역량 강화 지원(21.6%), 기업 관련 규제 완화(19.9%) 등의 정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리쇼어링에 대해서는 세제혜택·R&D 지원 확대 등 기업지원 제도, 노동규제 완화, 판로개척 지원 등이 선행되어야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리쇼어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한 곳은 응답기업의 3%에 불과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주요국에서 중국에 집중되어 있던 글로벌 공급망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며 “리쇼어링 수요 발굴, 유턴 인센티브 강화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