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번째 검찰 조사에서 17시간 30분 가량 조사를 받고 30일 새벽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전날인 29일 오전 8시20분부터 이 부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29일 오후 8시50분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날 오전 2시쯤 조서 열람을 마치고 귀가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오전 검찰에 나와 조사받을 때도 자정을 넘긴 27일 오전 1시30분까지 1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방대한 조사 내용 탓에 조서를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 등에 관여했는지를 전반적으로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첫 조사 당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에서도 같은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합병할 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면서 제일 모직의 자회사였던 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가 크게 반영된 점 등을 의심하고 있다. 당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지면서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한 이 부회장이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 과정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과 관련해 2012년 미국 회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체결한 콜옵션(주식 주주간 약정)공시를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바이오로직스를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고, 검찰은 같은 해 12월 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나섰다.
이후에도 검찰은 삼성그룹 계열사와 국민연금공단, KCC 본사, 한국투자증권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등 그룹 임원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조사 내용 등을 검토한 뒤 관련자들 기소 여부와 신병 처리 등을 결정하고 이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