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2심도 징역… 성범죄는 공소시효 지나 면소

입력 2020-05-29 17:58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윤씨는 다만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서는 면소·공소기각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법률상 처벌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는 말을 남겼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9일 특경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 6개월, 추징금 14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성범죄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을 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해당 부분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3차례의 성폭행 범행이 피고인의 폭행과 협박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입증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한 범행이 피해자의 장애에 주된 원인이 됐는지도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의 결론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전문심리위원의 보고서까지 새로 검토했지만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법률상 처벌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1심은 윤씨의 범죄사실 중 2006년의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면소 판결을 내렸다. 2007년의 성폭행은 피해자의 고소기간이 지났다며 공소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결국 1심과 같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매우 고통스러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사실 인정과 법률적 판단은 공소가 제기된 범행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피해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판결이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윤씨는 내연 관계였던 여성에게 약 21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자신의 배우자를 시켜 자신과 해당 여성을 간통죄로 고소토록 한 무고 혐의도 받았다.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주겠다”며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14억원 상당을 받아 챙기는 등 44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았다. 여성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씨의 성범죄 혐의가 처벌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