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작업 최대 수혜자’ 이재용, 사흘 만의 재소환

입력 2020-05-29 15:30 수정 2020-05-29 15:31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29일 다시 소환했다. 지난 26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17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인지 사흘 만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와 관련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8시쯤 지하주차장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왔다. 조사는 영상 녹화실에서 진행됐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일어난 석연찮은 일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의심한다.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370% 증가한 점, 삼성물산이 합병 전 2조원대 해외수주를 하고도 합병 이후까지 이를 숨긴 점 등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적용하기 위해 계획된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사태 역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는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보유했던 콜옵션 부채 1조8000억원을 일부러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부당하게 바꿨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의 최종적 결정자이면서 수혜자라 판단한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의 도출, 금융위원회가 이례적이라고 본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수사에 대비한 조직적인 증거인멸 등을 감안하면 이 모든 사태를 이 부회장이 모를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에 이어 이날도 “보고를 받지 못했고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