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린이집 재정내역 담긴 ‘판도라 상자’ 열린다.

입력 2020-05-29 10:15 수정 2020-05-29 10:24

광주지역 어린이집의 구체적 재정집행 내역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됐다.

법원이 감사보고서 등의 공개가 정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은 29일 “광주 북구청장와 남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제기한 ‘어린이집 감사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자치구 어린이집의 2015년~2018년 3년간 감사보고서 공개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시민모임은 광주 자치구 관내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계획서와 감사보고서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북구와 남구 등 지자체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청구 정보에 대한 비공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0월 시민모임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결과 법원은 1년6개월여 만에 “해당 정보는 정보공개법이 정한 공개대상 정보로 비공개 처분한 북구와 남구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이집 위반 사실과 그에 따른 시정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어린이집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이 방지돼 그 운영에 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보가 공개돼 해당 어린이집 영업에 영향이 있을 여지는 있지만 이는 스스로 행한 법규 위반으로 인한 반사적 불이익에 가깝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할만한 경영상, 영업상 비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판결 직후 “북구청장과 남구청장은 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신청한 정보공개에 응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광주지역 나머지 3개 구청에도 정보공개를 신청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들이 더 행복한 삶을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지역 어린이집은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직·간접적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재정집행 내역이 베일에 싸여 일부 어린이집 원장 등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어린이집의 부적절한 재무회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시민모임이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광주 5개 자치구 관내 어린이집 59곳의 ‘2018년 하반기 지도감독’ 현황을 분석한 결과 70%에 가까운 41곳에서 총 76건의 지적사항이 드러났다.

76건 중 44건이 불투명한 재무회계 사안으로 어린이집과 아무 관련없는 도서구입과 목적이 불분명한 다량의 휴대전화 개통, 퇴직금 미적립, 영수증 미첨부 등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감사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불투명한 어린이집 재정운영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해당정보를 분석해 보육제도의 개선책을 제안·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