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 당시 준비한 회견문이 현장에서 급히 다른 버전으로 바뀐 경위를 두고 관계자들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28일 이 할머니 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진행한 2차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 할머니는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대표 등 2명의 도움을 받아 회견문을 마련했다. 서 대표 등 2명은 22∼23일 이틀간 9시간가량 이 할머니가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 뜻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문장마다 할머니 확인을 받았고 전체 과정을 녹음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사투리까지 그대로 문장으로 옮겨 구술문 형식으로 A4 용지 5장 분량을 작성했다. 서 대표 등은 기자회견 전날 최종 확인을 받으려 했으나 이 할머니가 경기도 수원에 머물고 있어 만나지 못했다.
시민모임 측은 “기자회견 당일 오전 이 할머니가 대구로 내려올 때 ‘서 대표 등이 정리한 회견문을 사용하겠다’고 알려와 단상에 구술문을 올려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오는 할머니 손에는 이미 회견문이 들려있었다. 수양딸 곽모씨가 작성한 것이었다.
당시 이 할머니는 회견문을 들어 보이며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이 이것을 카메라로 찍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회견문을 읽지 않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에게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는 “할머니가 이날 공개된 회견문이 우리가 정리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화를 많이 내셨다”며 “그러나 육성으로 밝힌 내용은 대부분 우리가 준비한 구술문과 일치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에 대해 수양딸 곽씨는 “어머님이 화를 내셨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어머님을 대구로 모시고 간 분이 전날 작성한 회견문 파일을 보내 달라고 해 전달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어머님은 대구로 가시기 전 서 대표 측이 작성한 회견문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는데 회견장에서는 내가 쓴 것이 공개됐다”며 “현장에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곽씨는 지난 26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제기한 배후설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그는 “기자회견 전날 어머니 구술을 문안으로 정리했다”며 “첫 기자회견 때 회견문이 없어 언론에서 짜깁기된 내용만 전달하기에 어머니와 상의해 문장을 모두 확인받고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썼는데 글씨가 꾸불꾸불해 수양딸에게 이걸 보고 그대로 써달라 했다”고 말했다. 초안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쳐 달라 하면 부쳐주겠다. 혼자 머리를 써가며 한 것”이라고 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