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소방관 2명이 쉬는 날 동료 직원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이들 모두 묵묵히 일 열심히 하는 엘리트 구조대원이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22분쯤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홍천소방서 소속 A(41) 소방위와 B(44) 소방장이 숨져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두 사람을 비롯한 홍천소방서 소속 구조대원 4명, 행정과 소속 1명, 119안전센터 소속 3명 등 8명은 비번일을 이용해 전날 오후 2시쯤 친목 도모 목적으로 동료 직원 부모님의 집을 찾았다. 자정쯤 되자 A 소방위와 B 소방장은 주택 옆에 임시 건물 형태로 지어진 2평 남짓 간이 황토방에서 잠을 청했고, 나머지 6명은 주택에서 잤다.
다음 날 오전 8시22분쯤 아침 식사를 알리기 위해 찾은 황토방에서 두 사람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주택에서 잔 나머지 6명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보일러 주변에서 가스 냄새가 났고, 사망한 소방관 시신의 피부 반점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때 나타나는 선홍색이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보일러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CO)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관계 기관과 사고 현장을 정밀 감식하고 있다.
두 사람의 동료들은 이들이 한마디로 ‘엘리트 구조대원’이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구조대원 생활을 오래 해 구조업무에 잔뼈가 굵고,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믿음직한 고참이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원주가 고향인 만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 소방위는 2005년 11월 임용돼 원주, 횡성, 영월, 삼척 등에서 근무했다. 2011년에는 소방의 날 도지사 유공 표창을, 2015년 연말에는 화재 안전 유공으로 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형선박 조종면허,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2급을 따는 등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B 소방장은 2009년 12월 구조대원 특채로 소방에 입문해 원주와 홍천에서 구조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그 역시 2015년 연말 A 소방위와 함께 화재 안전 유공을 인정받아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B 소방장은 지난해 11월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수중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등 수난 구조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두 사람의 상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소방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둘 다 구조대에서 오래도록 열심히 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