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밀입국자들 어디에…주민 “범죄자 동네 활보할 수도”

입력 2020-05-29 06:13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한 뒤 해경에 붙잡힌 중국인 남성이 27일 오후 태안해양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인 밀입국 용의자 8명이 탄 레저용 소형 모터보트가 아무런 제지 없이 충남 태안 해안가로 들어온 것과 관련, 군 경계가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과 함께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군은 내부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태안해경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중국인들이 타고 몰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1.5t급 레저용 모터보트 1척이 발견됐다. 이 배에 타고 있던 밀입국 용의자 8명은 20일 오후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출발해 21일 태안 앞바다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입국한 일당 가운데 한 명인 왕모(43)씨는 지난 26일 목포에서 검거됐다. 이들 일당은 태안 앞바다에 도착한 뒤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를 타고 목포로 이동했다고 한다. 경찰은 나머지 인원도 목포에 있을 것으로 보고 왕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소재를 파악 중이다.

지난 21일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했다가 전남 목포에서 해경에 붙잡힌 중국인 40대 남성이 27일 오후 태안해양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밀입국자 관련 수사는 통상적으로 해경이 담당하지만, 해안선 및 해양 경계 임무는 군이 책임지고 있어 경계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와 해안 레이더 등 해안복합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는데도, 중국 산둥반도를 출발해 350㎞ 떨어진 태안까지 들어온 보트를 ‘무사통과’ 시킨 것이다. 군 관계자는 “소형 보트가 태안 해안에 도달하기 전 레이더에 식별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들어와 이틀간 방치돼 있던 선박을 발견해 신고한 것도 마을 주민이었다. 군은 주민 신고를 받고 나서야 경계가 뚫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도 이번 모터보트가 확인된 인근 태안 의항 백사장에서 소유자를 알 수 없는 소형 고무보트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태안 주민은 “밀항하려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서해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범죄자가 우리 동네를 활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군이 레이더 영상을 놓친 것은 업무 태만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왕씨가 붙잡힌 곳인 목포의 주민도 “(아직 붙잡히지 않은 밀입국자들이) 돈이 (떨어져서) 없다면, 극도에 다다르면 혹시라도 (범죄 등)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라고 KBS에 말했다.

군은 현재 내부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선박 이동 경로 등 해경 수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