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고용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차질 없는 출범을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추경 재원 대책과 위안부 할머니 문제 해결, 야당과의 대화를 위한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협조하자는 총론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공수처, 추경 재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회동에서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지금의 위기 국면에서 국회에서 3차 추경안과 고용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어야 하겠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그동안)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 방식으로 개원을 못 했다”며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코로나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있는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3차 추경에 대해 “한 해 들어 세 번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회동에서) 말했다”며 “어느 항목이 필요하고 효과가 어떻고, 재원 대책이 뭔지 국민들이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과 저희 당은 검찰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공수처를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절차상의 위법도 있고 지금 와서 인사청문제도도 정비되지 않은 채 해달라는 것도 졸속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안보 우려와 탈원전 문제도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다. 그는 “제가 정해진 국회법에, 정해진 시간에 정상적으로 국회를 개원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회동에서) 드렸다”며 “미국은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시작한다. 개원을 하기 위한 협상은 안 한다,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덕담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 모두 대화와 협상 중시하는 분이라 기대가 높다”며 “서로 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가 국민 통합을 위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평가하며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기적인 회동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것이 좋은 첫 단추”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 있으면 현안 이야기하고 현안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하며 “야당 의원의 경우에는 청와대의 관계자와 만남이 조심스럽지만,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나기 편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의논해 보라며 배석한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임성수 이가현 김이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