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로 미·중의 셈법이 더욱 바빠졌다. 중국 정부로선 지난해와 같은 홍콩 내 시위를 진압할 법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경제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톈안먼 사태 당시의 경제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중국을 향한 다양한 제재 카드를 활용할 명분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보안법 통과를 방조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미국이 중국에 취할 첫 제재로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른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관세 투자 무역 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특별 대우를 보장해왔다.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 미국의 관세 보복을 중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홍콩을 통한 우회 무역으로 관세를 피해왔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굴지 기업들이 상장된 홍콩 주식·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외국인의 홍콩에 대한 직접 투자 상당 부분은 최종적으로 중국을 향한다. 달러 거래가 편리하며 세제 혜택이 있고 규제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중국 미국 베트남 다음의 수출 대상 지역이 홍콩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향한 무역이었다.
홍콩보안법 제정은 미중 간 '대 결별(그레이트 디커플링)'을 촉진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우선 홍콩보안법을 이유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상을 본격화하고 세계 각국에 동참을 요구 중이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은 앞다퉈 중국을 향한 제재를 가했다. 두자릿수를 기록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 3.8%로 주저앉은 바 있다.
중국의 현 상황은 톈안먼 사태 당시보다 심각하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1분기 경제성장률 -6.8%을 기록했다. 홍콩 특별 지위 박탈로 인한 충격이 무역 분야와 금융 분야에 서서히 미친다면 중국으로선 장기간 큰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추다성 대만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홍콩이 관세와 관련한 특별 지위를 잃게 된다면 수출과 비즈니스 활동이 제한될 것"이라며 "홍콩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홍콩 금융 허브 지위가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 대선 캠프에서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자치권 침해를 일부 방조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홍콩을 뒤흔든 시위에 직면했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칭찬했다"며 "미국은 중국의 홍콩 탄압에 맞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