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홍콩 특별지위 유지 여부 결정
홍콩 독립관세 철폐 가능성
미국 기업에도 영향, 전면 박탈까지는 안 갈 듯
중국이 28일 홍콩의 반정부 인사를 감시·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하자 미국은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홍콩이 누려온 경제·금융·비자 발급상의 혜택이 사라지면 홍콩은 물론이고 중국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표결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오늘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미국 법에 따라 홍콩이 받아온 대우가 계속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의회에 보고했다”며 “이번 결정이 기쁘지 않지만 정책 결정에는 현실 인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는 근본적으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별개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의회는 국무부 보고서를 토대로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은 홍콩보안법 제정 문제를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청하는 등 여론전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취할 조치와 관련해 데이비드 스텔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범주에 걸쳐 매우 긴 목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표적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우선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홍콩산 수입품에 중국 본토와 같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지만 홍콩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홍콩보안법 제정 관료에 대한 제재, 무역 제한, 미국 내 중국 자산 동결, 비자 발급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로 성장한 홍콩은 중국과 다른 나라 거래 시 중간 상인 역할을 해왔다. 중국 기업들은 홍콩에 지사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 제품의 수출 통로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의 90%는 중국산이다. 홍콩의 사업 환경이 중국과 같아지면 홍콩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자금 유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미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홍콩에 지사를 둔 미국 기업은 1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 비즈니스협의회 회장은 “미 정부의 조치로 홍콩 기업, 홍콩 내 미국 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부문장을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 정부의 결정은 미국과 홍콩 사이의 무역과 금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홍콩과의 직접적인 무역은 물론 홍콩을 통해서 하던 무역에도 높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콩은 반발했다. 매슈 청 정무부총리는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양날의 검”이라며 “홍콩에 타격을 주겠지만 미국은 그 두 배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중 성향인 청 부총리가 CNN과 인터뷰를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외국 정부와 투자자들을 안심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환구시보는 “우리는 이미 충분한 각오를 하고 있다”며 “워싱턴이 어떤 홍콩 법안을 통과시키든 그것은 모두 휴짓조각”이라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