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3만6642㎡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가꾸고자 한다. 그러나 정작 대한항공은 속앓이 중이다. 부지를 소유한 대한항공이 이 땅을 매각해 자본 확충에 나서려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시는 “많은 시민과 함께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6월 중 열람공고 등 절차를 추진한 뒤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최소 5000억원을 마련하려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 자본 확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해 시장 분석과 자산 가치 평가 등을 진행해왔다.
이 부지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하던 자리였다.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한옥 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막혀 무산됐다. 2002년 6월 부지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간 것부터 계산하면 이 부지는 20년 가까이 공터로 남아있다.
서울시가 이 부지를 도시계획 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면 민간이 이 땅을 매입해 개발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진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