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 성폭행 알렸다고 딸 때린 엄마… 법원은 ‘집행유예’

입력 2020-05-28 15:38

의붓아버지로부터 수차례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외할머니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어린 딸을 때린 친모가 1·2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2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아이들을 잘 키우길 바란다”며 “피해자가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았다. 피고인이 나이 든 성년으로서 중심을 잘 잡고 아이들을 양육하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울먹였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거나 무겁다고 보이지 않아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눈물을 훔쳤다.

A씨는 지난해 2월 10일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친딸 B양(당시 12세)의 뺨을 때리고 배를 걷어차는 등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딸이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사실을 외할머니 등에게 알리고 집을 나가려고 하자 손찌검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지난해 4월쯤 “아빠에게 성폭행 당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아빠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며 딸을 또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가을과 올해 4월에도 집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B양의 뺨과 손바닥 등을 수차례 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계부 B씨는 의붓딸이 10세에 불과했던 2016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수사과정 내내 폭행과 협박을 한 사실은 있지만 성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다, 피해자에게서 B씨가 앓고 있던 성병이 발견되자 범행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