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성공, 국뽕 빠지면 안돼” 국립외교원장의 일갈

입력 2020-05-28 14:51
김준형(맨 왼쪽) 국립외교원장이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미래전망대회'에 참석해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 출신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두고 ‘국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나친 자아도취에서 빠져나와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냉혹한 국제외교 무대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종합 미래전망 대회’에 참석해 ‘세계 정세 변동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을 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이른바 ‘국뽕’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나친 기대와 오만을 버려야 한다”며 “방역에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지만 우리에게 모든 것을 열어주는 기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뽕은 국가와 필로폰을 합친 합성어로 국수주의·민족주의에 빠져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김 원장은 특히 “프랑스 등 유럽 일각에서 한국이 인권 의식이 없어 방역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블레임 게임(blame game·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국제정치의 대격변 속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미국 등의 배타적 선택 강요에 저항할 수 있는 피난처가 필요하다. 신남방과의 연대 구축과 한반도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와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향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주도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중 간 신냉전 체제가 깨지고 G2(주요 2개국) 체제에서 G0 체제를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며 “탈세계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디지털화가 급진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