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아껴둔 금리 인하 카드를 두 개월 만에 꺼내들었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히 고려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음을 한국은행 총재도 시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8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인하한 것과 관련해 “실효하한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정책 여력이 얼마나 남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효하한은 주요국 금리와 국내외 경제 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실효하한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실효하한은 여러 기준으로 추정 가능하다”면서도 “자본 유출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우리가 좀 더 높게 설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화폐를 찍어내는 미국과 달리 대한민국 등 신흥국은 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조금 더 높게 설정한다. 향후 한국이 금리를 더 내릴려면 미국이 현재 0.00%~0.25%인 금리를 더 낮춰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실효하한은 자본유출 측면에서 볼 수 있고 실물경제에 대한 금리 조정의 유효성,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평가해야 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금리를 내린다고 하면 그만큼 우리 정책의 여력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제가 더 나빠졌을 때 금리 인하 외 다른 여러 정책적 수단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모든 수단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앞으로의 여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수단,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 지원과 관련해 "SPV 운영에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우려에 관한 질문에 이 총재는 “지금은 감염병 확산에 따른 전례없는 위기”라며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과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보호하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기반 훼손이나 잠재 성장률 하락 등 피해가 클 것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 시장에선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정부가 30조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나서며 통화당국도 이에 공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면 기준 금리를 인하해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