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실직이 이득?…실업급여, 마이너리거 생명줄 되나

입력 2020-05-28 12:26
코로나19 탓에 텅 빈 마이너리그 경기장의 모습.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며 마이너리거들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구단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실직자들을 위한 미국의 새로운 연방법인 ‘코로나19 구제법’이 이들에게 생명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USA투데이는 28일(한국시간) “‘CARES Act’로 알려진 연방의 코로나19 구제법이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마이너리거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코로나19로 시범경기가 중단되고 스프링캠프 시설이 폐쇄되자 지난 4월 초 마이너리거들에게 5월까지 주당 400달러(약 49만원)를 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6월이 다가오자 구단 별 상황은 달라졌다. 매체에 따르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다음달부터 마이너리거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6월 말까지만 지급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는 8월 말까지 급여 지급을 약속했다. 오클랜드 소속 마이너리거들은 당장 6월부터 실직자 신세에 놓이게 된다.

마이너리거들은 애초에 큰 돈을 벌지 못한다. 2020년 기준으로 싱글A 선수는 주급 290달러(약 36만원)를, 더블A 선수는 주급 350달러(약 43만원)를, 트리플A 선수는 주급 502달러(약 62만원)를 받는다. 마이너리거들이 적은 봉급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법적으로 구단 직원으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계절적 수습생’, 즉 계약직으로 간주돼서다. 그나마 적은 급여도, 코로나19 탓에 끊길 위기다.

하지만 USA투데이와 인터뷰한 윌리엄 굴드 전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에 마이너리거들의 상황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긱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도 코로나19 실업 수당을 받은 자격이 있는 건 분명하다”며 마이너리거들의 상황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 차량 운전자와 비교했다.

이 해석이 적용될 경우, 마이너리거들은 구단에서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순간 실업자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미국 연방 의회가 7월 말까지 허가한 주당 600달러(약 74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생계 위협에 처한 마이너리거들에겐 ‘생명줄’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 실업급여 때문에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게 된다. 실업급여가 마이너리거들이 받는 급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팀에서 급여를 받지 않는 게 오히려 이득이다. 6월부터 실직자가 되는 오클랜드 소속 마이너리거가 7월부터 실직자가 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 마이너리거보다 오히려 더 이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