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산업’으로 부각되는 게임 산업이 질병으로 분류됐을 때 표피적 계산 이상의 사회·산업적 타격을 입을 거란 평가가 줄줄이 나왔다. 게임 산업의 매출 감소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증가, 고용 감소, 사회적 낙인 효과에 따른 부작용 등이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코드 등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역설적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자 게임을 ‘비대면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장려했다.
이런 모순을 짚는 토론회가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 게임산업 매출액이 약 28%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간 5조2526억원의 총생산 감소, 불필요한 수입액 연간 8648억원 증가, 의료예산·치유부담금 등 사회적 비용 7000억원 발생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는 첨언도 있었다. 이 내용은 여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유 교수는 “국내 게임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질병으로 분류했을 때 산업이 위축되는 것 외에도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면서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월등히 많음을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의에서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연구실장은 게임이용장애 도입이 게임 산업 매출 감소뿐 아니라 고용 축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앞서 게임 규제는 매출보다 게임 산업의 고용 증대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쳤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면서 2만~3만5000명의 고용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사회적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최 국장은 “게임 산업 종사자가 8만5000명 정도 되고, 국민 65%가 게임을 한다. 청소년은 95% 정도 된다. 종사자란 이유로 ‘질병 생산자’라는 비판을 받고,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치료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장은 “게임이용장애 도입은 게임 전문 인력 양성 등에 큰 어려움을 주고, 양질의 고소득 직종으로 촉망받는 게임업 종사자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기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게임이용장애 도입은 게임 산업의 질적·양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좌장인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클럽 등 밖에 나가지 말고 차라리 게임을 하라고 한다더라. 그만큼 ‘뉴노멀 시대’가 왔는데, 게임이용장애는 과연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한다”면서 토론회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