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28일 페이스북에 ‘미래한국당의 X파일을 해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미래통합당과의 합당 뒷얘기를 전했다. 원 대표는 이 글에서 4·15 총선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합당을 서두르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에 이를 존중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 탓에 합당이 늦어진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원 대표는 합당 지연 논란과 관련, “4·15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모시고 오찬을 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원 대표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미래한국당의 당선인 가운데 영남 출신은 4명인데 호남 출신이 5분이나 당선됐다”며 “미래통합당의 지역 취약성이 호남인데, 진정성을 갖고 호남으로 다가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 역할을 앞으로 미래한국당이 당분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원 대표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전국정당으로 발전돼 가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합당을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미래한국당의 정치적 자산을 잘 살려보라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을 위한 상임전국위 소집 불발 등을 거론한 뒤 “저는 이 사실을 공개 못한 채 미래한국당의 당무를 이어가며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당선인들이 합당을 결의하자 이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원 대표 설명이다. 원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은)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미래만 걱정하셨다”며 “흔히 말하는 꼼수로, 상임위원장 자리나 국고보조금을 더 받기 위한 교섭단체구성은 관심이 없으셨고 저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설명한 통합 과정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전날 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통합성사 보고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제가 떠안은 제일 시급한 과제는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통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졸이고, 냉가슴을 앓았다”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손을 대보니 엄청 어려운 숙제로 변해 있었다”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한선교 의원을 미래한국당 대표로 파견하면서 ‘5월 말 이전에 반드시 미래한국당 당선자들을 미래통합당으로 돌려보내라’는 다짐을 받았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미래한국당의 독자 원내교섭단체 구성 작업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었다”며 “한편에서는 ‘미래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전이 거세게 펼쳐졌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보수가 궤멸했으니,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따로 독립적으로 싸워야 한다’ 엉터리 예언가들이 많았다”며 “저는 손자병법이나 어느 전략 서적에서도 ‘병력을 나눠 싸우라’는 얘기는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된 우리 당은 앞으로 신속하게 힘 있게, 민생 현안 해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