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센터 직원 “관리자도 마스크 잘 안 껴…‘빨리빨리’ 강조”

입력 2020-05-28 10:38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 건물 외벽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의 직원 A씨가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환경에서 업무를 해야 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비대면 구매가 늘면서 애초 200만건 정도이던 물량이 300만건 이상으로 늘었다”며 “아무래도 회사 측에서는 ‘빨리빨리’를 강조하게 되고 안전관리 등이 등한시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1300명 정도 되는 근로자가 ‘다닥다닥’ 붙어 식사를 하고, 마스크조차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영하 20도부터 상온까지 근무환경이 다양하고, 10간 동안 서서 일하다 보니 마스크가 젖거나 호흡하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며 “그렇기 때문에 호흡을 위해 마스크를 잠깐 내리는 경우도 있고, 거의 안 쓰는 분도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잘 끼더라도 동료가 안 꼈을 경우에, (쿠팡은) 사원 간 지시나 강요를 할 수 없도록 내규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관리자들이 제대로 관리해줘야 한다”면서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저분 마스크 좀 끼게 해달라’고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관리자들 역시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명에게 의사전달을 해야 하다 보니, 그런 과정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마감 시간이 늦거나 그러면 (관리자가) 옆에 가서 마스크를 내리고 ‘빨리빨리 해주세요’라고 지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원간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워낙 물량이 늘어나 있고, 여러 명이 일하고, 동선 자체가 겹친다”면서 “포장라인 같은 경우는 둘이 하면 좀 빨리할 수 있어서 2인 1조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또, 몸이 아프더라도 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직장 구하기가 어렵지 않나. 계약직 같은 경우 연장이 돼야 하는데 3, 4일씩 쉰다고 그러면 재계약 여부에도 불안한 부분이 있고, 회사 자체 내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일용직분들은 장기간 나오지 않으면 근무확정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직원들이 출근하면 1층에서 줄을 서는데, 입구도 상당히 비좁고 들어갈 때 손세정제도 한 방울만 받는다”면서 “열감지도 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어디서나 다 하는 부분이고 그 이후 들어가서 근무하게 되면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28일 기준 총 69명으로 확인됐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물류센터 특성상 단시간 내에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므로 직장 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거나 ‘아프면 쉬기’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