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추가 감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밝힐 때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 불안을 줄이고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발언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입장 표명에 좀 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79명 증가한 1만1344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5일(81명) 이후 53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관련해 “신속한 접촉자 파악과 진단검사에 의해 추가 확산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우수한 방역체계가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협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11일만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50명대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경제계와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 발언 5일 후인 18일 ‘31번 신천지 확진자’가 출연하면서 코로나 사태는 순식간에 악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확진자 감소세를 언급하며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는 등 코로나19가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일각에선 “정부가 돌발변수까지 어떻게 예상하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발언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고 근거없는 비관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입장 표명이 중요하다”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활성화라는 투트랙을 유지하되 코로나19 관련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오고 있는 만큼 방역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한 경제 살리기 정책 뿐 아니라 꺼진 불씨도 다시보는 방역 정책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돌아선 가운데 일단 등교를 중지하고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물론 학사일정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