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 靑 비서관, 조선일보 향해 “분노도 아깝다…측은”

입력 2020-05-28 08:59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8일 조선일보를 향해 “분노도 아깝다. 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원색 비판했다.

정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자신의 사의 표명 배경을 두고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차단설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4월에 5월에 일어날 일을 예견해야 한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조간에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의연의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 비서관의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또 정 비서관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를 두고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관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정의연 사무총장이 아내인 것은 맞다”며 “숨겼던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세운 적도 없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각자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이어 “아내가 정의연 일을 한지 2년이 가까워 오는데, 남편이면서 후원회원이 아닌걸 이제서야 알았다”며 “그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정 비서관이 입장문을 내기 직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서면 브리핑을 냈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를 향해 “조선일보의 허위보도는 일일이 헤아리기 조차 힘들 정도”라며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는 일부러 악의적 보도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버젓이 신문에 실릴 수 있는지 의아하다. 시중 정보지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이 종합일간지에 보도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종종 조선일보 등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나아가 ‘악의적인 보도를 멈춰달라’고 요청해왔다. 다만 국민의 신뢰를 언급하며 언론 스스로의 자정을 요구한 건 이례적이다. 정의연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사안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