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홍콩, 자치 못 누려”… 특별지위 박탈 ‘심야 선전포고’

입력 2020-05-28 07:07 수정 2020-05-28 16:04
폼페이오 장관 “중국, 홍콩을 중국처럼 만들어”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일(28일) 전날 심야 공격
홍콩 특별지위 박탈… 트럼프 이후 가장 가혹한 조치
특별지위 일부 또는 전체 박탈 결정 안돼
홍콩에 자산있는 공산당 실세들도 타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중국 본토와는 달리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경제·무역·비자 발급 등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 특별지위의 전부를 박탈할 수도 있고, 일부만 박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와 관련해 어떤 수위의 공세를 취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NYT는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3년 동안 취한 중국 제재조치 중 가장 가혹한 것”이라며 “외교정책 참모들은 최근 며칠 동안 이 조치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중국 공산당의 실력자 가족이나 당국자들은 홍콩을 통해 사업을 하고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홍콩에 돈을 숨겨놓은 중국 공산당 실력자들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는 오늘 의회에 (지금의) 홍콩이 (홍콩 주권이 반환된) 1997년 이전에 미국의 법이 홍콩에 적용됐던 같은 방식의 대우를 계속 보장받지 않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어떤 합리적인 사람도 지금의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홍콩과 홍콩의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자유로운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자유의 보루로서 번성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기쁘진 않다”면서 “그러나 타당한 정책 결정에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한 때 자유롭고 번영하는 홍콩이 독재적인 중국에 모델로 작용할 것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홍콩을 중국을 본 뜬 사회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의회 보고는 지난해 마련된 미국의 홍콩인권법에 따른 것이다. 국무부는 미국의 특별지위를 부여받은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자치권을 확보하고 있는지 최소 1년에 한 번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회 보고를 미루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현지시간으로 28일 오후 3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전격적으로 의회 보고를 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의회 보고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 처음 나온 것은 27일 오전 11시40분으로, 이는 중국 베이징 시간 27일 밤 11시40분이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 처리하기 전날 심야에 중국을 압박하고 나온 것이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미국이 중국 본토와는 달리 홍콩에 경제·무역·비자 발급 등의 특별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홍콩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경제적 특권을 일부 혹은 전부 끝낼지에 대한 결정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가 홍콩 탄압을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국 관리과 기업의 거래를 통제하고,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 고강도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미·중 갈등은 브레이크가 없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