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42일 만인 2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당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극단의 진영 논리를 벗어난 실용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으며 통합당을 근본부터 탈바꿈시키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위원장 임기 제한을 없애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합당은 지난 4월 28일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을 내렸지만 임기 제한 규정을 고치지 못해 비대위를 출범시키지 못했었다.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라는 별명이 붙은 김 위원장은 상임전국위·전국위에 앞서 비공개로 진행된 전국조직위원장회의 특강에서 “깜짝 놀랄만한 정책 기능을 되살릴 것”이라며 “과거 (내가 주장한) 경제민주화 같은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어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과감한 쇄신 칼날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 정책 이슈 선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이나 사회불평등 해소 문제와 관련한 실용적인 정책 대안을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은 여의도연구소를 실질적인 정책 연구기관으로 완전히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특강에서 “보수냐 진보냐, 이념으로 나누지 말자.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다”며 “국민은 더 이상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강·정책을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강조해온 ‘보수’ ‘자유우파’ 같은 말도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4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시절 당 강령 전문에 있는 ‘노동자’ 문구 삭제를 추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2011년 오 전 시장이 밀어붙인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는 비판도 했다. 그는 “당시 ‘이건희 아들한테도 공짜 밥을 주자는 얘기냐’는 논리였는데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김 위원장 지적에 수긍한 뒤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통합당의 변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과제도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1970년대생 경제전문가를 차기 유력 카드로 거론했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찾기 위해 청년 정치지망생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9명의 비대위원 선임안도 통과시켰다. 비대위원 9명 가운데 3명(김병민 김재섭 전 후보, 정원석 전 당협위원장)을 30대 청년으로 앉히며 젊은 정당 이미지를 갖추도록 했다. 성일종 김현아 의원, 김미애 당선인도 비대위원에 선임됐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1일부터 당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까지로 정해졌지만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심희정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