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초안보다 처벌 대상을 확대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단순 시위 가담자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뭔가를 듣게 될 것”이라며 홍콩보안법 통과시 강력한 대응조치를 예고해 미·중 충돌이 격화될 전망이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는 전인대 대표들의 의견을 반영해 홍콩보안법 초안의 일부 문구를 수정한 법안을 전인대 주석단에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이끄는 주석단은 수정안을 승인했으며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될 예정이다.
당초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소개된 홍콩보안법 초안은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를 예방, 금지,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정안은 여기에 ‘활동’이 추가돼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초안에서 규정한 국가 분열, 국가 전복, 테러 활동 등 국가 안전을 위해하는 ‘개인의 행위’ 뿐 아니라 ‘조직적인 활동’까지 확대해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처벌할 길을 열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과격한 폭력행위나 오성홍기를 태우는 반중국 행위 등을 한 당사자 뿐아니라 단순 시위 가담자도 처벌받을 수 있어 홍콩보안법이 홍콩 시위를 전면 차단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인대 홍콩 대표는 “오는 6월 4일 천안문 사태 기념일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 집회에 참여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수정 보안법은 홍콩 내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평화 시위를 원하는 참여자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에 대해 “우리는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서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여러분은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 생각에는 매우 강력하다”며 홍콩 보안법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보복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이것(대중국 제재 조치)를 매우 흥미롭게 여길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앞으로 며칠 동안 이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여러 문제에서 중국에 대해 “짜증난 상태(miffed)”라고 전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경제·무역·비자 발급 등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는 홍콩을 탄압하려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재무부는 홍콩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축소하는 새로운 보안법 시행과 관련해 중국 관리들과 기업들의 거래를 통제하고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부세력이 홍콩에 개입하는 잘못된 행위를 하면 우리는 필요한 조치로 반격할 것”이라며 “홍콩 특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입법은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홍콩 개입에도 반대한다“고밝혔다.
EU도 중국 압박에 가세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EU는 세계에 대한 중국의 행동에 속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며 중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SCMP가 전했다.
그는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일국양제 원칙을 지지하고 중국에 우리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셸 의장의 언급은 홍콩보안법 논란 이후 EU에서 나온 최고 수위의 발언이라고 SCMP는 평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