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면서 한국 외교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중국은 한국에 홍콩보안법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며 우리 측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요구했다. 이에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을 대상으로 홍콩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미·중 간 국제 여론전이 고조되고 있다.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는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다.
미 국무부는 최근 워싱턴에서 주미 외교단을 대상으로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설명 대상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과 협력국이었으며 한국 역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맹국들에게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보안법은 중국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차원에서 추진 중인 법안이다. 중국의 법안 추진을 두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특히 미국은 법안 통과 시 1992년 홍콩정책법을 통해 홍콩에 부여했던 각종 특권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중국도 한국 등 세계 각국에 홍콩보안법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웃국가로서 서로 핵심 이익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존중해왔다. 여기에는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며 “우리는 적극적으로 한국 측에 홍콩 관련 국가안전법의 배경을 소개할 것이고 한국 측이 이해와 지지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홍콩보안법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과 한·중 경제 의존도를 고려하면 어느 쪽을 선뜻 편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8일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미·중 갈등 등 사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