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 남북협력 모색’을 주문하자 적극적으로 대북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인 5·24 조치의 사실상 해제를 선언하고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남북 협력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통일부의 유화 제스처에 전혀 호응하지 않는 상태다. 남북관계 속도를 북한 비핵화 진전과 맞추라고 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도 관건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7일 남북 공동수로 조사를 실시했던 경기도 김포 일대 한강 하구를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았다. 지난달 ‘2020년도 남북 관계발전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행보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2018년 말 한강 하구에 대한 공동수로 조사를 마치고 공동이용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김 장관이 위원장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도 이날 유엔 아태경제사이사회(UNESCAP) 차원의 대북 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통일부는 올해 이사회에 72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6년간 총 490만 달러를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의 움직임은 최근 한 달 사이 본격화됐다.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교추협에서 남강릉~주문진~간성~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 연결을 남북교류협력 사업으로 지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5월 들어선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하는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지난 26일에는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마련했으며,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 등재를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통일부의 기류 변화는 독자적인 남북 협력으로 남북은 물론 북·미 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보건·방역 협력을 북측에 다시 한번 제안했다.
관건은 이런 남북 협력 속도를 마뜩치 않게 여기는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촘촘한 탓에 원활한 대북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남북 협력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시그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보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로서는 독자적인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의 대북 제안에 호응하지 않는 북한을 끌어내는 것도 숙제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적 불이익을 무릅쓰고 북·중 국경을 차단하는 등 방역에 사활을 건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중국과의 교류를 재개해 우선 뒷배를 든든히 한 뒤 우리와의 협력에 나설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