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27일(현지시간) 민간기업 최초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도전한다.
26일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다음 날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우주선 발사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데모2’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두 명의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것이 목표다.
미국인 우주비행사가 ISS에 발을 내딛는 건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폐지된 후 9년 만이다. 그간 NASA 소속 우주비행사들은 1인당 8600만달러의 비용을 내고 러시아의 유인우주선 소유스로 우주정거장을 오갔다. 이 때문에 NASA는 민간 부문에 우주비행사 운송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해왔고, 2014년 보잉 및 스페이스X와 각각 42억달러, 26억달러 규모의 유인우주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백지상태에서 개발에 착수한 보잉과 달리 스페이스X는 이미 사용 중이던 화물 운송용 우주선 ‘드래건’을 유인선으로 개조하는 데 주력해왔다.
CNN은 “보잉이 개발한 우주선인 ‘스타라이너’는 지난해 12월 1차 무인 시험비행에 실패해 진전이 더딘 상태”라며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발사에 성공할 경우 NASA로서는 큰 수확”이라고 보도했다. 민간 우주탐사 기업의 역량이 확인돼 민·관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는 한편 러시아 우주선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비행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유인우주선 개발을 민간기업에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61년 5월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를 싣고 15분간 첫 우주 비행을 한 ‘머큐리’를 시작으로 ‘제미니’ ‘아폴로’ ‘아틀란티스’ 등 4개의 미국 유인우주선은 모두 NASA가 직접 제작해 운용했다.
27일 발사가 성공한다면 NASA 외 다른 민간 기업에까지 우주선 탑승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기업은 7인승으로 구성된 크루 드래건의 좌석에 대한 구매 의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에 이어 보잉 등 후발주자들도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다면 지구 궤도에 올라 우주를 관광하는 우주여행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ASA의 시험비행 조종사 더그 헐리와 봅 벤켄을 태운 크루 드래건은 27일 오후 4시 33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발사 전 과정은 ‘NASA TV’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