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의 과잉 제압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가혹 행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고, 진압 과정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이 파면됐다. 하지만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분개한 시위대가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식당 경비원으로 일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46)가 전날 오후 8시쯤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플로이드가 충분히 제압된 상태에서 벌어진 불필요한 가혹 행위 탓이었다.
체포 과정을 지켜본 행인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10분 분량의 영상을 보면 백인 경찰관 한 명이 수갑을 찬 채 길바닥에 엎드려 있는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플로이드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제발, 제발, 제발, 숨을 쉬 수 없어요. 날 죽이지 마세요”라고 울부짖지만 경찰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가 죽을 수 있다며 목을 누르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가혹 행위는 5분 가량 지속됐다. 나머지 경찰관들은 말리려는 행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플로이드는 끝내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고 구급차에 실려갔다. 경찰관은 그가 들것에 실리기 전까지 자신의 무릎을 풀지 않았다. 영상 게시자는 “경찰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울부짖던 흑인 남성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였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위조수표 소지 혐의를 받던 용의자가 술에 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저항했고 체포 과정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 용의자가 숨졌다고 밝혔지만, 이미 온라인에 퍼진 사건 영상은 경찰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의 파면 사실을 알리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이 경찰관들은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감각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FBI와 미네소타 형사체포국(BCA)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소타주에서는 같은 날 밤 수백명의 군중이 거리로 나와 경찰의 가혹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숨을 쉴 수 없다’ ‘살인마 KKK(백인 우월주의 테러단체) 경찰을 감옥으로’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찰을 체포하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관할 경찰서로 행진해 유리창을 깨고 경찰차를 파손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분노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