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지난 2월부터 동반 하락세를 이어온 비제조업과 제조업 업황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엇갈렸다. 제조업 업황지수는 또 한 번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반면 지난달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비제조업은 상당 폭 반등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5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49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하며 2009년 2월(43) 이후 가장 낮았다고 27일 밝혔다.
BSI는 기업들이 해당 시기 경영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경영자가 많을수록 수치는 낮아진다. 5월 지수는 지난 12~19일 전국 36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지난 2월부터 계속된 제조업 업황 악화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출이 어려워진 탓이 크다. 한은 기업통계팀은 “수출기업과 대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수출 부진을 겪고, 중소·내수기업도 제품 납품 차질 등 영업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달과 비교한 이달 업황지수는 대기업(-2포인트)과 중소기업(4포인트), 수출기업(-2포인트)과 내수기업(-4포인트)을 가리지 않고 하락했다. 이들 모두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화학물질·제품, 조선·기타운수, 석유정제·코크스 업황지수가 각각 10% 이상 하락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영양제 등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의료물질·의약품은 23포인트 뛰었다.
제조업체 경영애로사항 중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은 비중은 25.7%로 전달보다 0.7% 포인트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장 많았다. 내수부진과 수출부진이 각각 20.4%, 15.5%로 그 뒤를 이었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하락한 비제조업 업황지수는 이달 56으로 6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은 매출, 채산성, 자금사정, 인력사정 지수가 모두 2~5포인트씩 올랐다.
지난 1월 73이던 비제조업 업황지수는 지난달까지 코로나 유행 기간에만 23포인트 하락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기업통계팀은 “(비제조업 업황 개선은) 정부 지원정책 등으로 가계소비가 일부 회복하면서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등의 부진이 완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비제조업은 숙박, 하수·폐기물처리, 광업, 어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업황지수가 상승했다. 서비스와 도·소매업은 각각 7포인트, 운수창고업은 14포인트 회복했다. 예술·스포츠·여가도 16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악화에도 전체 산업 업황지수는 비제조업 개선에 힘입어 2포인트 오른 53을 기록했다. 다만 3월(54)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종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57.8로 전달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