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사정 첫 합의가 나왔다. 그러나 제1노총인 민주노총이 합의 주체로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는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노동 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27일 밝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급속히 늘고 있다. 대리운전·음식배달·퀵서비스·청소·이사 등 직종도 다양하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업무를 하는 프리랜서에게 초점을 뒀다. 국내 IT·SW 개발 프리랜서 수는 6만6000명 정도다.
노사정은 IT·SW 프리랜서와 프로젝트(일감)를 매칭하는 중개 플랫폼 업체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율규범’을 마련했다. 또 법·제도가 마련되기 전 현장에서 즉시 활용하자는데 합의했다. 자율규범에는 계약체결, 대금결제, 수수료, 세금, 차별방지, 평가제도, 경력증명, 분쟁 해결, 고객지원 등과 관련해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 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을 담았다.
플랫폼 업체가 계약 단계에서 과업 내용·범위·기간, 성과형태, 하자보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계약서에 거짓 정보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나 모호한 조항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다.
노사정은 또 IT·SW 산업 종사자가 플랫폼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IT·SW 프리랜서에게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자는데도 의견 일치를 보였다.
배달업 종사자를 위한 경사노위 산하의 노사정 분과위원회도 출범했다. 국내 배달업 종사자는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된다. 분과위원회는 배달업 종사자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호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배달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고용보험 가입으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책 마련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번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은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것이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합의 주체에서 빠졌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이번 합의가 현장에서 기대만큼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사회적 대화 기구인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플랫폼 포럼)’을 발족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 취약계층“이라며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노사정 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현재 흐름과는 맞지 않는 행보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