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 2학년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 교문에는 ‘생애 첫 등교’에 들뜬 표정으로 학교를 찾은 어린 학생들로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은 미리 정문에 나와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 손 세정제를 뿌려줬다. 학생들은 바쁘게 두 손을 비비면서 배웅 나온 엄마 아빠에게 인사를 건네고 학교 건물로 내달렸다. 입학 후 처음 등교한 월곡초 1학년생 안모(7)군은 “학교 와서 기분이 좋다”며 “아는 친구가 1반에 있는데 그 친구 만나면 더 반가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신나게 학교 안으로 뛰어가는 아이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좀처럼 발길을 떼지 못했다. 김모(42)씨와 신모(38·여)씨는 교문 앞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아이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김씨는 “처음 학교에 가는 거라 걱정이 크다”며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통제가 될지, 마스크는 제대로 쓸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등교 개학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적지 않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을 키우는 한모(39·여)씨는 “은평구에서 초등학생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리 아이 학교는 어제 오후 늦게 등교가 연기됐다”며 “확진자가 또 나오면 일정이 어그러질텐데 이번 학기는 그냥 등교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의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38·여)씨도 “방역을 위한 인력 충원 등 기타 사회적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데 왜 무리하게 개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이 돌보기가 어려운 집은 긴급돌봄을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수업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같은 날 등교를 맞이한 다른 학년 학생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양(15)은 “오늘 학교에서 학생 3명이 갑자기 발열 증상을 보여 같이 밥 먹은 애들도 조퇴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퇴한 친구들을 바이러스 취급하며 ‘만졌는데 어떡하냐’고 쑥덕대는 친구들도 있더라”면서 “다들 이렇게 걱정하는데 왜 무리하게 개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 확진자 소식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대구에선 고3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아 대구 소재 6개 고교가 원격수업으로 긴급 대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은평구 초등학교와 이날 강동구 상일미디어고등학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나옴에 따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최소 111개교가 등교수업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