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패스트트랙 사보임 절차 정당”… 재판관 5대 4

입력 2020-05-27 16:23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이 정당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에 대한 사보임을 허가한 것이 절차상 적절했다는 의미다.

헌재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오 의원이 문 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권한의 존재여부나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헌재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는데 반대하던 오 의원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에서 사임시킨 뒤 채이배 의원으로 바꿨고, 문 의장은 이를 허가했다. 오 의원은 문 의장이 사보임을 허가한 것을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양 측은 국회법 제48조 제6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해당 조항은 임시 국회의 경우 회기 중 의원을 교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오 의원은 문 의장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 측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는 경우 개선(위원 교체)을 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을 언급했다. 헌재는 이와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헌재는 “개선 행위는 사개특위의 의사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사법개혁에 관한 국가정책결정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회가 자율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자유위임원칙이 제한되는 정도가 헌법적 이익을 명백히 넘어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개선 행위는 자유위임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법 규정에도 위배되지 않으므로 오 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볼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서 개선 행위는 오 의원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이뤄진 것으로서 오 의원의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는 자의적인 강제사임에 해당해 자유위임에 기초한 국회의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이 결정이 위원의 개선이 자유위임원칙 및 국회법 제48조 6항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나경원 의원 등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100여명이 문 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