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업체인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글에 ‘팩트체크’ 딱지를 붙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가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는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2건 아래 파란색 느낌표와 함께 ‘사실을 알아보라’(get the facts)는 문구를 달았다. 문제가 된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 투표를 “사기나 다름없다”거나 “부정선거”라고 비판한 내용이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대선을 우편 투표로 실시할지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과 민주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우편 투표를 확대하자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부정 투표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양당 모두 우편 투표가 실시돼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트위터가 삽입한 경고 문구를 클릭하면 팩트 안내 화면으로 이어진다. CNN방송 등 관련 언론 보도를 모아놓은 것이다. 트위터 측은 여기에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편집한 설명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짓 주장을 했지만 팩트체커들은 아무 증거가 없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위터가 2020년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그들은 가짜뉴스 CNN,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크를 근거로 ‘우편 투표가 부패와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 발언이 부정확하다고 말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트위터는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억압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는 이달 초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를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한 이후 이를 선거 등 다른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위터가 이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위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트윗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 추가 설명을 제공하기 위해 라벨을 붙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수십개의 트윗을 날리는 ‘트윗광’이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17년 “오직 가짜뉴스와 트럼프의 적만이 내가 SNS를 멈추길 바란다”며 폭풍 트윗을 계속할 것임을 트위터를 통해 밝힌 적도 있다.
트위터가 현직 미국 대통령 글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데는 우편 투표와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띄운 음모론의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방송 진행자 조 스카버러 전 상원의원을 공격하기 위해 2001년 사건을 끄집어냈다. 당시 스카버러 사무실에서 발생한 인턴 사망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닐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에 트위터에 “책상 밑에서 시체가 발견됐다고? 계속 파헤쳐”라고 썼다.
이에 해당 인턴의 남편은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에게 편지를 보내 해당 트윗들을 삭제해줄 것을 호소했다. 트위터 측은 이러한 편지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트윗에 팩트체크 딱지를 붙이는 조치를 취했다.
트위터는 음모론 트윗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NYT와 AP 등은 인턴 사망은 사고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