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삼성 합병’ 의혹 수사… 이재용 사법처리 방향 주목

입력 2020-05-27 16: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1년 6개월 간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및 분식회계 의혹 수사의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사법처리 방향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법원도 인정한 승계작업의 최종 수혜자가 이 부회장이었다는 점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종 판단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 여부 및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에 출석해 17시간가량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27일 오전 1시30분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취재진에게 “고생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수사 자료가 방대한 만큼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이 부회장의 자진 요청에 따라 심야 조사가 이뤄진 만큼 추가 소환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의 심야 조사는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지만 피의자가 요청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검찰은 기소 여부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모두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방침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 확보에 나설지 여부다. 이번 검찰 수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 당시 이뤄졌던 삼성그룹 승계 의혹을 규명하는 마지막 작업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다며 이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합병 정당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본다. 검찰은 이런 회계처리의 최종 수혜자이자 지시자로 이 부회장을 지목한다.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 사건 수사에서는 증거인멸을 했던 임직원들 8명이 모두 구속됐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국민연금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승계작업에 관여한 이들이 구속 수사를 받았는데 승계작업의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향후 검찰의 수사 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건 부담 요인이다. 검찰은 앞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일련의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뉴삼성’을 선언했던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해 사법 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수사는 다음 달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