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국 동생 ‘증거인멸’ 무죄 시사… “교사 아닌 공동정범 소지”

입력 2020-05-27 14:57 수정 2020-05-27 15:03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지난해 10월 3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교사범(敎唆犯)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조씨의 증거인멸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판례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경우는 처벌하지만, 직접 또는 제3자와 공동으로 증거인멸한 때는 무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7일 증거인멸교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공판에서 “피고인이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다른 인물들과 서류를 옮기고 파쇄하는 과정에 현장에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을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2일 예정됐던 선고를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했다. 조씨의 증거인멸 혐의를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볼 경우 무죄가 될 가능성을 감안해 선고를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조씨의 공소사실 중에는 지난해 8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기 회사 직원들에게 문서세단기를 빌려 웅동학원 관련 소송서류, 공사계약서 등을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자기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 처벌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타인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조씨를 기소했다.

재판부가 조씨의 증거인멸 행위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할 경우 무죄가 나올 수 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증거은닉 공동정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피고인이 자기 사건의 증거를 은닉한 경우 증거은닉죄에 해당하지 않고 제3자와 공동해 그런 행위를 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오 전 의원의 증거은닉 혐의는 지난해 2월 무죄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양측이 다음 기일까지 증거인멸의 교사범·공동정범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한 부장판사는 “조씨가 증거인멸 당시 현장에 있었을 경우 검찰 주장대로 교사범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