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부모·자식간 관계 따질 때는 정서적 유대 우선”

입력 2020-05-27 12:20

입양한 자녀와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다고 할지라도 둘이 연락을 주고받는 등 유대관계가 있을 경우, 법적인 양친자 관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동거나 양육기간보다 정서적 유대관계를 우선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법원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동생이 A씨가 입양한 딸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1980년 이웃의 소개로 B씨를 데려다 키웠다. A씨는 B씨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키웠지만, 1985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헤어지게 됐다. B씨는 전 남편의 손에서 자랐다.

A씨가 B씨와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된 건 B씨가 성인이 될 무렵인 2000년이다. A씨는 B씨가 아이를 낳자 산후조리원을 방문하는가 하면 자녀 돌잔치에도 참석했다. 그런데 2015년 A씨가 사망하자 A씨의 동생은 B씨는 친생자가 아니고 떨어져 있던 시간도 길다며 B씨를 상대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친생자 관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출생신고의 형식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출생당시 A씨 부부가 B씨를 입양해 기르려는 의사가 있었고 실제 상당기간 가족관계가 지속된 점을 보면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입양으로 인정이 되려면 B씨 생부모의 승낙이 있거나 B씨가 만 15세가 된 이후 입양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생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법정대리인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어릴 적 자신을 양육하였던 양모와 미성년인 일정 기간 헤어졌다가 성년이 돼 재회한 다음 독립 생계를 꾸린 경우라면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 내지 정서적 애착, 그리고 재회 당시의 처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