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들 오후엔 마스크 하나둘 벗는다더라” 중학교 보건교사 토로

입력 2020-05-27 10:49 수정 2020-05-27 11:14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익명의 현직 중학교 보건교사가 2차 등교 개학이 시작된 27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현직 중학교 보건교사라고 밝힌 A씨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교방역이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20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에 이어 27일 2차 등교 개학이 이뤄졌다.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2차 등교 개학의 대상이다. 그러나 고3 등교 직후 학생들이 줄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학교방역에 대한 적신호가 켜진 실정이다.

A씨는 “(등교 개학을 앞두고) 학교 전체 구성원 선생님들, 급식실, 조리실 여사님들까지도 초긴장 상태”라며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어 “학생들이 8시간이 넘는 학교생활 동안 마스크를 꾸준히 잘 착용하고 있을지, 마스크 착용을 하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오후쯤 되면 마스크를 하나둘씩 벗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교육부가 전국에 3만명 정도 방역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학교 현장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학교당 3명의 지원 인력이 온다”면서 “이들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방역지침들을 설명하고 훈련해야 하는 과정이 또 필요하다”며 이중고를 겪게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또 A씨는 “학교 보건교사는 코로나19 방역 외에도 학생들의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고정 업무가 있다”면서 “방역 업무로 일손이 부족해지면 학생들이 운동하다가 다치는 등 응급상황이 생겨도 재빨리 대처할 수 없어 공백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교 개학이 3월 초부터 미뤄지기 시작했을 때 교육부가 각 학교에 있는 코로나19 방역 담당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밀접하게 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없었다”면서 “교육부는 방역 지침만 발표하고 나머지는 학교의 재량으로 떠밀어 혼란스럽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가 A씨에게 “그런데도 등교 개학이 이미 시작됐다. 현 상황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A씨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경우에는 모두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역 수칙은 꼭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교육 당국의 경우에는 인력지원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3명 지원도 감사하지만 학교 현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또 A씨는 “교육부 관계자들은 학교에서 하루 동안만이라도 실무자의 관점에서 생활해보라”면서 “‘조금 더 세세하고 친절한 지침이 필요하겠구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