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연이은 ‘실책 악몽’ 극복할까

입력 2020-05-27 09:29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에 패배한 SK 와이번스 선수들의 모습. 뉴시스

8회 말까지 3-1로 앞서가고 있던 건 두산 베어스가 아니라 SK 와이번스였다. 경기장에 빗줄기가 굵어지며 SK엔 위기감이 감돌았다. 호투를 펼치던 선발 박종훈이 볼넷을 허용하고 내려갔지만, 마운드에 올라선 서진용이 바로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 2루의 상황. ‘실책’이 또 SK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 정수빈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은 포수 이현석이 1루로 던진 공은 빗물에 미끄러운 탓이었는지 1루 커버를 한 2루수 최준우의 키를 넘어갔다. 두산이 5점을 낸 ‘빅이닝’의 시작이었다.

SK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실책 탓에 4대 6으로 역전패했다. 3연패를 끊은 뒤 당한, 시즌 15번째 패배였다.

SK는 이날 선발 박종훈이 7이닝 동안 95구를 던지며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내는 호투를 펼쳤다. 그동안 부진했던 최정도 3타수 2안타로 올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연장 12회 혈투 끝에 4대 3 승리로 마무리된 뒤 염경엽 감독이 “끝까지 똘똘 뭉쳐 이기려는 의지를 보여준 선수들에 고맙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날도 선수들은 좋지 않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의지를 보인 것.

하지만 SK를 다시 패배로 이끈 건 또 다시 실책이었다. SK는 KIA전에서도 9회초 2아웃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했다. 최형우의의 타격을 로맥이 쉽게 잡아 1루를 커버한 투수 하재훈에 쉽게 연결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송구는 하재훈의 글러브 위로 높게 날아갔다. 이 실책 하나로 SK는 3-3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 12회까지 가서야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SK는 실책이 아니어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다. SK 타선에서 그나마 힘을 내고 있던 한동민(타율 0.317·홈런 2위)이 24일 경기 뒤 종아리뼈 미세골절로 6~8주 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같은 경기에서 수비하다 왼쪽 어깨 타박상을 입은 김창평도 한동안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 이재원부터 채태인, 킹엄 등 기존 부상 선수에 더해 또 다시 중심 선수들이 빠지는 악재를 맞은 것.

SK 선수들은 그런 여건 속에서도 분투했지만, 어이없는 실책 탓에 팀은 쉽사리 패배의 악몽을 떨쳐내지 못했다. 박종훈의 호투에 안타 수에서도 두산을 7-4로 앞섰지만, 역전을 허용한 시작점은 또 다시 실책이었다. 지난해 최소 실책 2위(두산 1위)였던 SK는 올 시즌 최소 실책 공동 5위(13개)로 하락한 상태다.

SK는 27일 두산과의 2차전을 갖는다. 선발 문승원(평균자책점 5.63)이 두산 유희관(1승 1패·평균자책점 4.20)에 도전한다. 연패에 빠지지 않으려면 선수들의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순간 실책이 나오지 않아야 할 SK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