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7시간 ‘비공개 조사’ 끝 귀가…“지시한 적 없다”

입력 2020-05-27 05:35
지난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17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27일 오전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8시30쯤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이날 오전 1시30분쯤 돌려보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어떤 지시·보고를 주고받았는지 캐물었다.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소환 날짜와 시각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청사 내 비공개 경로로 출입시켜 언론 노출을 차단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라 조서 열람을 포함한 조사를 원칙적으로 자정까지 끝내야 하나, 이 부회장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서면으로 심야조사를 요청하고 인권보호관이 허가하면서 자정 이후까지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검토해 필요하면 이 부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조사 여부와 일정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그동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법처리 대상을 정리할 방침이다.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한 전·현직 임원을 선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일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 김태한(63)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전부 기각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