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PLA) 사령관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무력 진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28일 홍콩보안법 처리를 앞두고 시위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천다오샹 홍콩 주둔 부대 사령원(사령관)은 26일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우리는 홍콩의 안전 유지를 위한 법 제도와 홍콩보안법을 수립하기 위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결정 초안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의 결정을 단호히 실행하고 일국양제 방침을 전면 관철할 것”이라며 “법으로 방위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인대 대표이기도 한 그는 “홍콩 주둔 장병들은 국가주권 수호와 홍콩의 장기적인 번영, 안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필요하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콩보안법은 오는 28일 중국 전인대 폐막식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법 초안이 공개된 이후 주말 홍콩 도심에서는 수천명이 참가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입법회(의회)는 중국이 직접 제정하는 홍콩보안법과 별개로 27일 중국 국가 모욕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선 또 한번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천 사령원의 ‘주권 수호 천명’은 다른 정부 기관의 지지 선언과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군이나 무장경찰 등 무력 투입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