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家) 남매 분쟁 2차전?…‘기타법인’이 지분 2% 매수

입력 2020-05-26 20:49

한진가 남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한진칼의 주식을 26일 ‘기타법인’이 대규모로 순매수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기타법인이 조현아 대한항공 전 사장 측인 반도건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던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 ‘경영권 분쟁 2차전’이 재개되는 조짐이다.

한진칼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4.21% 급등한 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진칼 주가는 보통주 122만4280주를 사들인 ‘기타법인’이 끌어올렸다. 기타법인의 주식 매수액은 종가 기준 약 1100억원으로 한진칼 시총의 약 2%이다.

기타법인은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기업을 뜻하며 실제 어느 일반 기업이 한진칼 지분을 이처럼 대량으로 사들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부터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늘려온 점에 감안해 이번에도 반도건설이나 조 전 사장, KCGI 등 조 회장 측에 맞서는 ‘3자 연합’이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반도건설 측은 “투자 여부는 공시 전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 참여 목적의 투자자인 반도건설은 지분 변동이 있을시 10일 이내에 변동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반도건설이 주식을 산 게 맞다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기존 42.74%에서 44.84%로 상승한다. 이에 맞서는 조 회장 측 지분율은 미국 델타항공 등 우호 지분을 모두 다 합쳐도 41.3% 수준이다. 앞서 지난 3월 말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측은 사내이사 연임안을 찬성 56.67%로 통과시키며 3자 연합 측을 이겼었다.

정부가 한진칼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정을 체결한 날에 이 같은 지분 매수가 일어났다는 점도 업계의 관심을 끈다. 대한항공 회생 가능성이 높아지자 3자 연합 측이 과감한 추가 베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와중에 ‘2차 경영권 분쟁’이 본격 재개될 경우, 3자 연합과 한진가의 코로나19 극복 및 경영 정상화 의지를 의심하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