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유지에 애로 있을 것”
G2(미국과 중국)간 ‘환율전쟁’ 조짐에 국내 수출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책임론을 두고 무역분쟁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양국이 최근 홍콩보안법 갈등을 거쳐 환율전쟁으로까지 전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1차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 관세 폭탄 등으로 한차례 폭격을 맞았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환율 전쟁 가능성으로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최고치다. 전날에도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38% 오른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상승(위안화 평가절하)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위안화 환율의 급속한 상승은 어려움에 빠진 중국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자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정영·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기업 제재와 함께 홍콩, 대만 등과 관련된 이슈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어 중국은 위안화 환율 절하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의 정도다. 위안화 약세는 신흥국 통화의 동반 약세를 이끈다. 이는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을 벌이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장에서 경쟁 수준 상위 10%인 한국 제품의 수출은 0.626% 줄었다.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제품으로는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기계류, 철강산업 등이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의 원화 가치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 상승시)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이 불안정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김지훈 조민아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