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꾼(6코스)들의 진입을 막아 경관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주 서귀포 칼호텔이 지난 35년간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현룡 부장판사)는 한진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원상회복 및 계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1985년이후 한진그룹은 서귀포시 토평동 서귀포 칼호텔 부지를 가로지르는 국유지 3필지 막아 사유지처럼 사용해 왔다.
해당 부지는 지목상 도로지만 실제 도로가 개설되지는 않았다. 호텔 부지와 겹치는 3필지 면적은 87㎡, 99㎡, 387㎡다. 이중 올레 6코스가 지나는 길을 호텔 측이 막아 논란이 됐던 서귀포시 토평동 3256번지는 호텔 남서쪽 진출입로와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구간에 위치해 있다.
경관 사유화 논란이 일자 서귀포시는 2018년 6월 현장조사에 나섰다. 호텔이 국유재산에 호텔 운영을 위한 산책로, 공원, 유리온실 등을 설치한 것을 확인하고 국유재산법에 따라 변상금 8426만원을 부과했다. 시설물 철거 등 원상회복 명령도 내렸다.
호텔 측은 반발했다. 1985년 호텔 사업계획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국유지 사용도 허가를 받았다며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칼호텔 측은 국유지 사용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 했다.
재판부는 “국유재산에 대해 사용 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은 이상 토지를 점유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행정당국이 재량권을 일탈했다는 호텔 측 주장에 대해서는 “호텔 영업에 미치는 영향과 국유재산에 대한 무단 점유 상태를 회복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적 목적을 비교해볼 때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어 재량권 일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호텔 측은 서귀포시가 33년간이나 이 사건 국유재산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호텔 측에 신뢰를 부여한 것이라고도 주장하나, 무단 점유가 장기간 방치되었다는 소극적 사정만으로 국유재산 점유를 용인해 호텔 측에 신뢰를 부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서귀포시는 이날 1심 판결과 관련해 “재판이 최종 승소하면 현재 칼호텔측이 사용 중인 국유지에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