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럽의 공연예술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된 가운데 올해 100주년을 맞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이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대신 축제 기간과 규모는 줄일 계획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25일(현지시간) 방역 계획에 따른 축제 개최 초안을 발표했다. 이날 초안에 구체적 프로그램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공연 편수를 원래 준비했던 것보다 절반 이상 줄여 6개 공연장에서 약 90개 정도만 올릴 예정이다. 물론 연주자, 관객, 스태프의 안전을 위해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무대와 객석에서 거리두기가 실시된다. 그리고 오는 30일 계획됐던 100주년 기념식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또 프로그램 축소에 따라 2450만 유로(약 331억원)에 달하는 18만장의 티켓도 환불된다.
축제 개최는 앞서 오스트리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6월 초부터 문화행사 재개를 허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실내 공연장의 경우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최대 1000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됐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축제 규모를 한층 키웠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당초 7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잘츠부르크의 16개 공연장에서 약 200개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마르쿠스 힌터 예술감독은 “공연을 상당수 취소해야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 기쁘다”고 설명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개최를 놓고 눈치를 보던 영국 BBC프롬스 등 다른 유럽 축제들의 개최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축제 중 하나다. 1920년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주도로 시작돼 매년 지구촌에서 수십만명의 음악 애호가를 끌어모았다. 코로나19에도 축제를 열기로 한 것은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흘려보내기 어려운데다 축제가 현지 경제에 미치는 사정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나마 부유한 오스트리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근 이탈리아의 페사로, 라벤나, 토레 델 라고, 마르티나 프랑크 페스티벌 등이 올해 축제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타격을 빼놓을 수 없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 경제에서 여름 공연 축제는 중요하다. 대신 이탈리아 축제들 역시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할 계획이다. 페사로 페스티벌의 경우 오페라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 피트 대신 객석 1층에 넓게 자리잡고, 관객은 박스석 등에 앉게 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