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써든데스에도 의료진 호출 불발 수차례” 아슬아슬 제주의료원

입력 2020-05-26 18:01 수정 2020-05-26 18:30

지난해 8월 어느 새벽 제주의료원 간호통합병동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 환자가 발생했다. 중증 환자 호흡이 중단되면서 심정지가 나타난 것이다. 간호사 A씨는 ‘코드 블루(Code Blue·의료진 긴급호출)방송을 요청하려고 병원 당직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당직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장에 의료진이 도착한 건 한참이 지난 뒤였다. 간호사가 직접 의사당직실로 뛰어가 알리면서였다. 급히 환자는 제주도내 다른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존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해 다른 간호사 B씨도 이런 얘기를 다른 동료들에 의해 전해들었다. 전날밤 병동에 서든데스 환자가 발생했는데 코드블루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B씨는 귀를 의심했다. 환자 생명이 달린 시간에 의료진 호출 임무를 맡은 당직자가 자리를 비운 건 병원 자체의 큰 실책이기 때문이다. 그날 벌어진 일에 대해 병원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간호사들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이같은 코드 블루 방송 불발 사고가 서너차례나 됐다고 한다.

서든데스 환자가 발생할 때 병원 의료진 전체에 전달되는 코드 블루 방송은 ‘최고 긴급’ 상황을 의미한다. 방송이 울리면 손이 비는 모든 의료진이 해당 병동으로 투입된다. 찰나의 시간에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다.

제주지역 거점 공공병원인 제주의료원에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드블루 방송 불발은 물론, 의사가 감염방지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환자를 사망케 한 사실이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의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이 병원에서 58세 여성이 위루관 교체시술을 받다 복부가 세균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부터 입원중이던 이 여성은 의료원장으로부터 시술을 받은 뒤 고열·호흡곤란 증세로 제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후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제주도 감시위원회의 이 병원에 대한 종합감사보고서에는 당시 원장이 기본적인 감염방지 수칙도 지키지 않은 사실이 기술돼 있다. 반드시 내시경실이나 시술실에서 이뤄져야 하는 위루관 교체를 해당 환자가 있던 물리치료실에서 행했다. 당시 원장은 의료용 멸균장갑이 아닌 일반 비닐장갑을 끼고 시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34회나 이같은 형태의 적절치 않은 위루관 교체가 이뤄졌다고도 명시했다.

그러나 해당 의사는 “위루관 교체는 엄격한 멸균을 요하지 않는다. 병실 수준의 장소에서도 가능하다”고 소명했지만, 감사위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환자가 입원했던 1년 2개월 동안의 진료기록부가 엉터리였다는 것이다. 전체 기록의 진료시간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담당의사 서명이 없는 의료행위도 23건이나 됐다. 진료기록 누락은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그런데도 제주의료원은 이 환자 유족들에게 장례비 일부를 보상하는 식으로 사건을 무마했다.

제주의료원은 2018~2019년 716번 구급차를 운행하면서 단 한 차례도 운행 기록대장을 작성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출동 및 처치 기록지도 작성치 않아 환자 응급처치 기록도 단절시켰다.

도 감사위는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이 병원에 대한 철저한 지도 감독을 당부하고, 의료원장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