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불황 바닥 쳤다”… 여행·외식 늘고 부동산도 꿈틀

입력 2020-05-26 17:54 수정 2020-05-26 18:12
WSJ “美경제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는 초기 신호”
극도로 침체된 상태에서의 반등
경기부양에 따른 ‘반짝’ 효과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롤링 투 리멤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를 해제한 미국에서 항공과 호텔 예약이 늘고 창업과 대출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깊은 수렁에 빠졌던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몇 가지 수치를 제시하며 “미국 경제가 아주 느리게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초기 신호들”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여전히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처음으로 일부 경제구간의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았고 심지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 교통안전국(TSA)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은 지난달 14일 8만7000여명에서 지난 24일 26만7000여명으로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비하면 아직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온라인 레스토랑 예약업체인 오픈테이블은 미국의 여러 주(州)에서 사람들이 다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담보대출 신청 건수도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가 주택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선임연구원은 WSJ에 “데이터의 반전을 볼 수 있어 고무적”이라면서도 “극도로 침체된 수준에서 반등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희망적 수치들은 연방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과 최근 경제 활동 재개가 맞물려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소비 심리와 직결된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14.7%로 심각한 상태다. 다만 미국의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3월 마지막 주 700만명에서 5월 둘째주 240만명으로 줄었다.

WSJ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은 2009년 6월에 끝났지만 실업률이 개선되는 데에는 2년이 더 걸렸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 근무했던 콘스탄틴 야넬리스 시카고대 교수는 “가계지출,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등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현상이 계속돼 V자형 반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장기적인 불황에 들어갈지에 대한 전망은 보건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지난달에 비하면 다소 잦아들었지만 지금도 매일 2만명 안팎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26일 170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