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채무비율 40~50%대 깨는 지출 계획
전문가들 “단기는 부채로, 장기는 조세로 충당해야”
전 세계적으로 재정적자 해소, 재분배로 부자 증세 거론
그러나 장단점 명확해 도입 좌초 된 경우 많아
정부가 과감한 지출 확대를 밝히면서 ‘중장기 증세’가 부상하고 있다. 세금 인상은 매우 어려운데다 현 정부 특성 상 ‘부자 증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이 방안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비교적 도입이 수월하고, 재분배 효과가 있는 반면 소비·투자 위축, 세금 회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하려면 어렵더라도 보편적 증세인 정공법을 건드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정적자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랏돈 풀기’는 경제 위기 극복의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이미 100%가 넘는 미국(106.9%) 일본(224.1%) 프랑스(122.5%) 등도 빚을 추가로 지고 있다. 큰 경제규모와 기축통화국 지위를 이용해 적자 살림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만성적인 재정건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한 부분은 나랏빚을 늘려 돈을 마련하되 장기적인 부분은 증세 등을 통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국가에서는 한동안 ‘부자 증세’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고소득층 소득세를 인상하는 일명 ‘버핏세’를 추진했다. 같은 시기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또한 고소득자에게 최고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인상, 일종의 ‘핀셋 증세’ 아니냐는 평을 들었다.
각 정부가 부자 증세를 꺼낸 이유는 두 가지다.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하는데 고소득층 증세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다. 또 다른 이유는 부의 재분배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이를 중산층, 저소득층 복지 강화에 사용하는 것은 분배 정책에서 이상적인 방안이다. 지난해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21개 회원국 중 68%가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려 빈곤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부자 증세는 중·저소득 가계의 소비 개선을 가져와 경제 전체 후생 수준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프랑스의 부자 증세는 결국 좌초됐다. 버핏세는 상원에서 부결됐으며, 프랑스의 부유세도 도입 2년 만에 중지됐다. 고소득층의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인한 GDP 둔화, 조세 회피를 위한 세금 망명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경연도 2017년 보고서에서 부자 증세가 경제 전체 후생 수준은 높이지만, GDP는 둔화시킨다고 밝혔다.
세수 증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다. 문 정부가 핀셋 증세로 더 걷은 세금은 연 3~4조원에 불과하다. 미국 상원 또한 버핏세 부결 이유 중 하나로 세수 효과를 꼽았다.
결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유지하려면 언젠가는 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 부가가치세 인상 등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증세를 건드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부자 증세는 이미 세율이 상당히 높아 걷을 수 있는 세금이 많지 않다”며 “결국 보편적 증세 접근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