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까지 나와 이란 유조선 맞은 베네수엘라… “美에 무릎 꿇지 않는다”

입력 2020-05-26 17:09 수정 2020-05-26 17:11
25일(현지시간) 이란에서 휘발유 등을 실은 유조선 '포천'(Fortune)호가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의 엘 팔리토 정유소 인근 항구에 입항하고 있다.

이란의 도움으로 연료난을 한층 해소한 베네수엘라가 25일(현지시간)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선언하며 자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 연설에 출연해 “우리(베네수엘라와 이란)는 미국의 제국주의 앞에 절대 무릎을 꿇지 않는 혁명 국가”라며 “자유 국가들끼리의 우정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153만배럴의 휘발유를 실은 이란 유조선 5대 중 1대인 포천호가 베네수엘라에 성공적으로 도착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극심한 연료난을 앓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전투기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호위 작전에 나서며 유조선을 맞이했다. 항구에는 엘아이사미 석유장관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이 직접 나와 입항을 환영했다.

앞서 이란으로부터 휘발유를 긴급 수입하기로 한 베네수엘라는 연료난으로 경제가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에서는 주유소의 기름마저 동이 나 시민들이 직장까지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출근한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인력조차 병원에 출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란이 공급한 휘발유 덕분에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한 시름을 덜 것으로 전망된다. 프란시스코 모날디 라이스대학 교수는 “이번에 도착할 153만배럴의 물량은 최소 몇 주 동안은 베네수엘라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날디 교수는 그러면서도 베네수엘라의 이같은 계획이 장기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의 이번 원유 수출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 덕분에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휘발유를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적 봉쇄 조치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최적의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원유 수요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이란은 이같은 거래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 유조선의 입항을 방해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외교통을 인용해 “정부 내에서 소량의 연료 거래로 이란과의 긴장에 불을 붙일 필요는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추후 미국이 양국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마두로를 향해 “범죄 정권의 수장”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불법적으로 취득한 금을 이용해 이란으로부터 휘발유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