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 속도 내는 정부…대북 접촉 승인 절차 대폭 간소화

입력 2020-05-26 16:59

정부가 30년 만에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면서 대북 접촉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전망이다. 남북교류협력을 목적으로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은 이런 내용을 통일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우연히 북한 주민을 만난 사실도 더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독자적인 남북 협력으로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을 견인하겠다면서 관련법 개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된 30년 동안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등이 크게 변했다”며 “남북교류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고 민간과 지자체의 교류협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수리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우리 국민이 교류협력을 이유로 북한 주민과 만남을 원할 경우 이를 통일부에 신고만 하면 효력을 갖도록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은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고 통일부 장관의 수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오히려 남북 간 교류·협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개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또 중국 등 해외에서 의도치 않게 북한 주민과 접촉한 경우 관련 사실을 더는 신고하지 않게 하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들은 굳이 신고·수리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자체를 남북 간 협력사업 주체로 명시해 독자적으로 대북 사업을 하게 할 방침이다. 현행법에는 법인과 단체만 명시돼 있어 지자체는 그동안 관련 민간단체나 중개인을 통해 대북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당국자는 "현재 유권해석으로 지자체를 남북협력사업자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진행하는 교류협력 사업을 정부가 임의로 금지 또는 중단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담았다. 앞으로는 남북교류협력을 제한·금지하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남북협력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반출·반입 물품에 대해 관세법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될 예정이다. 남북 간 물품 반출·반입에 따른 세금 부과가 없기 때문에 밀반입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남북 간 물품을 반출·반입할 경우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뒤 관세청에 신고를 해야 된다. 이밖에 정부는 남북 간 경제 교류를 대비해 북한 내에 남한 기업의 현장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당국자는 “관계부처 협의 및 법제처 심사 등 정부 입법 절차를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